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물을 사용합니다.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사용한 물은 자연스럽게 하수구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하수구로 흘려보낸 물은 그다음에 어디로 가는 걸까요?
하수구로 사라진 물이 그대로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지하에 설치된 하수관을 통해 오수를 모은 뒤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고, 여러 단계의 처리 과정을 거쳐 오염물질을 제거합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을 깨끗하게 처리하기 위해 도시 지하와 하수처리장에서는 끊임없이 다양한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하수구에 버려진 물이 어떤 경로를 거쳐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하고, 어떤 방법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지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하수구로 들어간 물은 어디로 갈까?
먼저 우리가 사용한 물은 집이나 건물 내부의 배수관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세면대에서 사용한 물, 샤워 후 배수되는 물, 주방에서 나온 물, 세탁기에서 나온 물 등이 대표적인 생활하수입니다.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오수 역시 하수도 시스템을 통해 이동합니다.
건물 내부의 작은 배수관을 통과한 물은 건물 밖의 하수관으로 모이고, 여러 건물에서 발생한 하수가 하나의 관로로 합쳐지면서 점점 더 큰 하수관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모인 하수는 최종적으로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하수관은 일반적으로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중력을 이용하도록 설계됩니다. 하지만 지형이나 시설의 구조상 자연스럽게 이동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펌프를 이용해 하수를 다음 구간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즉, 우리가 하수구에 버린 물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하수관과 시설을 거쳐 이동하는 것입니다.
1단계: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온 물을 먼저 걸러낸다
하수처리장에 도착한 하수에는 물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하면서 흘려보낸 물에는 음식물 찌꺼기, 머리카락, 휴지, 플라스틱 조각, 모래, 흙 등 다양한 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수처리 과정에서는 가장 먼저 큰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스크린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비교적 크기가 큰 고형물을 걸러냅니다.
이 과정은 이후의 처리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큰 쓰레기가 그대로 다음 처리시설로 들어가면 펌프나 기계가 고장 나거나 배관이 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하수처리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대형 쓰레기 거르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단계: 모래와 무거운 물질을 가라앉힌다
큰 쓰레기를 제거한 뒤에는 하수에 섞여 있는 모래나 작은 자갈처럼 비교적 무거운 물질을 제거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물의 흐름을 조절하여 무거운 물질이 바닥에 가라앉도록 합니다.
이러한 물질을 미리 제거하면 뒤쪽의 처리시설에 쌓이는 것을 줄일 수 있고, 펌프나 배관 등의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수에는 우리가 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작은 입자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처리 과정이 중요합니다.
3단계: 물속의 오염물질을 가라앉힌다
전처리 과정을 거친 하수는 침전지로 이동합니다.
침전지는 물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어 물속에 떠 있는 부유물질이 바닥으로 가라앉도록 하는 시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교적 무거운 물질은 바닥에 쌓이게 되고, 위쪽의 물은 다음 처리 과정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바닥에 쌓인 물질은 슬러지라고 부릅니다.
침전 과정만으로 모든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후에는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처리 과정이 이어집니다.
4단계: 미생물이 물속의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하수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가 바로 생물학적 처리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수처리장에서는 이러한 미생물의 활동을 이용해 물속에 녹아 있는 유기물 등의 오염물질을 제거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활성슬러지법입니다.
하수에 미생물이 포함된 활성슬러지를 공급하고 공기를 넣어주면 미생물이 물속의 유기물을 먹이로 이용하면서 분해합니다.
쉽게 말하면 하수 속에 있는 오염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 공급은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미생물이 산소가 충분한 환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처리시설에서는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합니다.
5단계: 질소와 인을 제거한다
하수에는 유기물뿐만 아니라 질소와 인과 같은 영양염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하천이나 호수에 과도하게 유입되면 수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질소와 인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조류가 과도하게 번식하는 부영양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수처리장에서는 지역과 시설의 처리 방식에 따라 질소와 인을 제거하기 위한 추가적인 생물학적 또는 화학적 처리 과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하수처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오염물질까지 관리하는 과정입니다.
6단계: 처리된 물을 다시 깨끗하게 만든다
생물학적 처리와 침전 과정을 거친 물은 처음 하수구로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깨끗해집니다.
하지만 처리 과정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시설에서 바로 외부로 방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수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처리 과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시설에 따라 여과나 소독 등의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특히 소독 과정은 물속에 존재할 수 있는 미생물 등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이러한 여러 처리 과정을 거친 후 법적 기준에 맞는 수질을 확보한 처리수는 하천이나 바다 등으로 방류될 수 있습니다.
하수에서 나온 찌꺼기는 어떻게 할까?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하수처리를 하다 보면 물속에 있던 오염물질과 고형물이 모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찌꺼기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침전 과정에서 바닥에 가라앉은 물질을 슬러지라고 합니다.
하수처리 과정에서는 이러한 슬러지를 별도로 모아 농축하고, 탈수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부피와 수분을 줄입니다.
이후 슬러지의 성상과 시설의 처리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하수처리는 단순히 더러운 물을 깨끗한 물로 바꾸는 과정이 아니라 물과 함께 들어온 고형물과 오염물질까지 분리하고 처리하는 종합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수구에 버리는 물도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모든 하수가 똑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오수와 주방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 등은 포함하고 있는 오염물질의 종류와 농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빗물은 생활하수와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도시의 하수도 시스템에 따라 별도의 우수관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하수구”라고 부르는 시설 역시 실제 도시에서는 여러 배수관과 하수도 시설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역의 하수도 구조에 따라 물이 이동하는 경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수구에 아무거나 버리면 안 되는 이유
하수처리장이 있다고 해서 모든 물질을 하수구에 버려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름이나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 각종 화학제품, 물티슈처럼 배관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물질 등을 하수구에 흘려보내면 배관이 막히거나 하수처리시설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기름은 물과 쉽게 섞이지 않고 배관 내부에 달라붙어 시간이 지나면서 배관을 막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티슈 역시 일반 화장지처럼 쉽게 분해되지 않아 하수관이나 펌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수구는 쓰레기통이 아니라 물을 배수하기 위한 시설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수처리는 왜 중요할까?
만약 우리가 사용한 물을 아무런 처리 없이 자연으로 흘려보낸다면 하천과 호수, 바다의 수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생활하수에는 유기물과 영양염류를 비롯해 다양한 물질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수처리는 이러한 오염물질을 적절하게 제거하여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깨끗하게 처리된 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물의 순환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마무리
우리가 하수구에 흘려보낸 물은 단순히 땅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집과 건물의 배수관 → 지하 하수관 → 하수처리장 → 물리적 처리 → 침전 → 생물학적 처리 → 필요에 따른 고도처리 및 소독 → 방류와 같은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하수처리장에서는 먼저 큰 쓰레기와 모래 등을 제거하고, 침전 과정을 통해 부유물질을 가라앉힙니다. 이후 미생물을 이용해 물속의 유기물을 분해하고, 필요한 경우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류를 추가로 제거합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처리와 소독 등을 거쳐 기준에 맞게 처리된 물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하수구에 물을 흘려보내면 그 물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복잡한 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음에 세면대의 물이나 샤워기의 물이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물이 지하 하수관을 지나 수많은 처리 과정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물 한 방울 뒤에도 도시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거대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습니다.